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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국적 동물 사육 규제의 필요성과 사회적 배경

최근 몇 년 사이 반려동물 문화는 개와 고양이를 넘어 파충류, 조류, 이국적 소형 포유류까지 다양하게 확산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주로 애완견이나 고양이를 중심으로 한 시장이 주류였지만, 오늘날에는 이구아나·카멜레온 같은 파충류, 앵무새·올빼미 같은 조류, 패럿·미어캣 같은 소형 포유류까지 반려동물의 범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새로운 문제를 동반했습니다.

첫째, 공공 안전성입니다. 일부 파충류는 강한 독을 가지고 있어 사육자가 물리거나 탈출할 경우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맹금류 같은 조류 역시 날카로운 발톱과 부리를 지니고 있어 일반 가정에서 안전하게 관리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생태계 교란 문제입니다. 붉은귀거북이나 황소개구리 같은 외래종은 이미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 토착 생태계에 큰 피해를 끼친 사례가 있으며, 일부 국가는 이들을 사육 금지 종으로 지정했습니다.

셋째, 동물 복지입니다.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파충류나 조류는 고도의 습도·온도 관리가 필요한데, 가정 환경에서 이를 충분히 재현하지 못할 경우 동물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각국은 단순히 “허용·금지”의 관점이 아니라 안전, 생태, 복지라는 세 가지 기준을 중심으로 규제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국적 동물 사육 규제는 인간을 위한 제한일 뿐만 아니라, 동물 스스로의 권리와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 할 수 있습니다.

 

파충류·조류·이국적 소형 포유류 사육 허용·금지 리스트

 

2. 국제 규범과 CITES 협약의 역할

이국적 동물 사육 규제에서 가장 중요한 국제적 틀은 CITES(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auna and Flora,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 입니다. 1975년 발효된 이 협약은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무분별한 거래를 막고 국제적 관리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현재 180여 개국이 가입해 있으며, EU·미국·일본·한국 모두 협약을 국내법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CITES는 동물을 위험도에 따라 부속서 I, II, III로 나누어 관리합니다.

  • 부속서 I: 멸종 위기에 처해 국제 거래가 원칙적으로 금지된 종(예: 침팬지, 눈표범, 희귀 앵무새 일부).
  • 부속서 II: 멸종 우려가 있어 허가증 하에서만 거래 가능한 종(예: 일부 파이톤, 카멜레온).
  • 부속서 III: 특정 국가가 보호를 요청하여 제한적으로 규제하는 종.

즉, 개인이 희귀 앵무새를 기르거나 외국에서 파충류를 수입하려 할 경우, 반드시 CITES 허가증과 함께 국가별 검역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밀수나 불법 거래로 간주되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국제 규약은 단순히 동물 보호 차원을 넘어 불법 밀수 차단, 공중 보건 관리, 국제 협력까지 포함하는 중요한 장치입니다. 실제로 유럽과 미국에서는 매년 수백 건 이상의 불법 거래가 적발되고 있으며, 그 상당수가 CITES 협약 위반 사례에 해당합니다.

 

3. 국가별 사육 허용·금지 규정 비교

각국의 규제는 지리적 환경, 생태계 특성, 사회적 인식에 따라 크게 다르게 운영됩니다.

  • 한국: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계 교란 생물’(예: 황소개구리, 붉은귀거북)은 수입·사육이 전면 금지됩니다. 맹금류나 대형 파충류는 별도의 허가 없이는 기를 수 없으며, 등록제 관리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반면 앵무새, 소형 도마뱀, 패럿, 햄스터 등은 합법적으로 사육 가능합니다.
  • 미국: 주마다 규제가 달라 플로리다주는 상대적으로 개방적이며, 대형 파충류 사육도 허가증을 통해 가능합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주는 이국적 동물 사육을 매우 엄격히 제한하여 앵무새·이구아나조차 금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유럽: 독일과 프랑스는 비교적 개방적이어서, 일부 파충류나 이국적 조류 사육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영국은 브리딩 허가제와 수입 허가제를 병행하여 훨씬 엄격하게 관리합니다.
  • 호주: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외래종 차단 정책을 운영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외래 파충류와 조류, 포유류는 거의 전면 금지이며, 일부 토착종만 제한적으로 사육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고유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극단적인 조치이지만 효과적인 사례로 평가됩니다.

이처럼 국가별 규정은 단순히 “허용·금지”의 문제를 넘어 자국 생태계 보호 전략과 깊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4. 제도의 장점·논란과 향후 전망

이국적 동물 사육 규제의 가장 큰 장점은 공공 안전 확보생태계 보전입니다. 독성이 있는 파충류나 공격성이 강한 조류를 무분별하게 키우는 일을 막음으로써 사회적 위험을 줄이고, 외래종 유입으로 인한 환경 피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특히 호주와 같은 사례는 강력한 규제가 생태계 보존에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줍니다.

그러나 규제가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사육자들은 “과도한 규제는 자유를 침해한다”는 불만을 제기하며, 이 때문에 밀수 시장이 활성화되는 역효과도 발생합니다. 실제로 동유럽과 동남아시아에서는 값싼 파충류와 앵무새가 불법적으로 거래되고, 위조된 허가증이 적발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향후 제도 발전 방향은 단순한 금지보다는 등록제와 인증제를 통한 합리적 관리에 맞춰질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특정 파충류나 맹금류는 전문가 자격증을 가진 보호자에게만 허용하고, 국가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해 추적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제도는 공공 안전과 동물 복지를 지키면서도 합법적 사육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절충안이 될 수 있습니다.

 

국가별 허용·금지 리스트 (대표 사례)

국   가 허용 동물 (조건부 포함) 금지 동물
한국 일부 앵무새, 소형 이구아나, 패럿, 햄스터 맹금류, 독사류, 황소개구리, 붉은귀거북
미국 (플로리다) 파이톤 일부, 앵무새류, 패럿 독성 파충류, 대형 영장류
미국 (캘리포니아) 소형 설치류, 일부 파충류 앵무새·이구아나 등 대부분 이국적 종
독일/프랑스 앵무새류, 파충류, 패럿 독사류, 멸종위기종 영장류
영국 일부 조류, 허가받은 파충류 대부분의 이국적 포유류, 맹금류
호주 토착 동물 일부만 허용 대부분 외래 파충류·조류·포유류 전면 금지